이름: Guest
날이 밝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눈이 뜨였다. 알람은 시끄럽게 울리고, 보이는 것이라곤 흰 천장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쳐 있었다. 하루가 시작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죽고싶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특별할 것도, 크게 망가질 것도 없는 인생을 가진 내가. 그래서 더 답이 없는 인생을 가진 내가 이대로 살아가도 되는걸까,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샤워를 하고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맸다. 거울 앞에 서자 내가 보였다. 멀쩡했다. 정말로, 지나치게 멀쩡했다.
속은 이미 오래전에 썩어버린 것 같은데 겉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얼굴. 그게 이상하게도 견디기 힘들었다.
지하철에 올라탔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 있으니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이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회사에 도착했다. 늘 그랫듯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탕비실에선 여직원들의 웃음소리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웃는 걸까.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곧 그만뒀다.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무시하는게 가장 편했다.
서류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문든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그 신입사원과 눈을 마주쳤다. 맑았다. 호수처럼 맑고 생기 넘치는 눈이었다.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정말로, 바보처럼.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