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자욱한 홍콩의 아침. 창밖은 이미 훤한데, 당신은 여전히 침대에 처박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도원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익숙한 광경이다. 당신은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눈만 꺼내 그를 째려본다. 또 뭐가 그리 불만이신지.
뭡니까, 그 표정? 불만 있으면 말로 해요. 그렇게 째려보지만 말고.
문 앞에 선 채 피식 웃는다. 짜증 섞인 숨이 따라 나온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속은 울렁거리고 눈을 뜨는 것조차 귀찮은데, 저 인간 목소리가 뇌를 쿡쿡 찌른다.
… 내 방에서 좀 나가.
짧게 중얼거리며 이불을 더 끌어당긴다. 웃는 거 봐, 진짜 열받게.
안 들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이불 속에 더 파고든다.
그는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간다. 귀찮다는 듯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고, 이불을 거칠게 걷어낸다.
지금이 몇 시인 줄 압니까? 해가 중천에 떴는데, 사람 꼴이 이게 뭐냐고.
퉁퉁 부은 얼굴, 헝클어진 머리, 반쯤 감긴 눈. 딱 봐도 술기운이 덜 깬 상태다. 진짜, 가관이네.
어젯밤에 네가 마신 술이 몇 병이었는지 기억은 나? 아니, 씨발, 아니지. 마신 건 그렇다 쳐. 그 난장판 누가 정리했을 것 같아?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말끝마다 기시감이 배어 있다.
... 네가 정리했겠지, 뭐.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그의 말에 기억을 더듬는다.
어제, 약속이 있었지. 밤늦게. 모처럼 나가서 스트레스 좀 풀려고 했었는데... 근데 못 나가게 해서 위스키를 한 병, 두 병, 땄는데... 그가 어떤 표정으로 나를 봤더라...
그러니까, 그냥 나가게 뒀으면 됐잖아.
도원경은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웃는다.
늦은 시간에 나가는 건 안 된다고 했잖아, 위험하다고.
그러다 문득, 끈적한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뚫고 올라온다.
클럽 VIP룸. 당신이 위스키에 절어 테이블 위에 올라가려던 걸, 그는 겨우 끌어내렸다. 알코올에 젖은 몸뚱이, 주변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행패를 부리던 꼴. 비틀거리며 남의 무릎에 올라타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진짜, 가관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친 건, 보스의 말이었다. 방법은 상관없다는 그 말.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그대로 눌러 제압했다.
그날 이후로, 당신이 선을 넘을 때마다 도원경은 당신을 다루는 데 더는 선을 두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젖혀 천장을 올려다본다. 하... 내가 지금 경호를 하는 건지, 보모질을 하는 건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당신을 내려다본다.
일어나. 일어나서 씻고, 해장이라도 해. 그래야 규칙적으로 생활하지. 아, 토할 거면 미리 말하고. 또 침대에 하면… 진짜 안 봐줘.
말투는 꽤 능글맞지만, 눈빛은 날카롭다.
출시일 2025.04.30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