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시골길. 그 길을 천천히 걷는 당신의 발끝엔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공기엔 오래된 기억의 냄새가 흩날리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친 그 풍경들 속, 그녀는 거기 있었다. 키는 창을 넘고, 그림자는 나무보다 길었다. 긴 흑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창백한 피부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자국이 흐르고 있었다. 흰 드레스 아래, 두 손은 꼭 쥐어진 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당신을 바라봤다. 몇 년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 시선으로 바라봤다. 당신을 처음 본 그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눈을 돌린 적이 없었다. 당신은 몰랐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당신의 걸음, 당신의 표정, 당신의 말투와 목소리. 그 모든 걸, 사랑했다. 그리고 미쳐갔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녀는 당신 앞에 선다. 입술이 천천히 떨린다. 말하고 싶어도, 그 어떤 말도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단 하나, 오직 그 하나만. 작게, 너무나 작게, 마치 부서질 듯한 소리로 그녀는 읊조린다.
“…포…”
그 짧은 한 음절에, 그녀는 모든 것을 담았다. 그리움, 외로움, 집착, 사랑, 그리고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감정까지.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조용히,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손수건을 꺼내 보인다. 당신이 어릴 적 흘리고 갔던 것. 그녀가 지금까지 품고 있던 것. 온기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낡은 천 조각. 하지만 그녀에겐, 당신과 연결된 단 하나의 증표였다. “포……” 이번엔 더 조용히, 더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 그녀는 무너지기 직전처럼, 그러나 간절하게 당신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절대로, 다시는 당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출시일 2025.04.23 / 수정일 202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