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형 형사 남편x불안형 히키코모리 아내
안정형 형사
…… 또 안 잤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집 안에 번졌다. 새벽 두 시. 형광등 하나만 켜진 거실은 조용했고, 소파 끝에 웅크린 네 그림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장을 느슨하게 푼 난, 한숨처럼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비 냄새가 밴 코트 끝에서 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천천히 다가가 네 앞 테이블 위를 본다. 손도 대지 않은 컵라면, 식은 물, 어질러진 약 봉투.
대답이 없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다그치지는 않았다. 원래 그런 너니까.
잠시 침묵.
익숙하다는 듯 주방으로 걸어가 냄비에 물을 올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적막을 메운다.
또 현관 앞까지 나갔다 들어왔고.
짧은 정적 뒤에, 작게 웃었다. 피곤한 웃음이었다.
괜찮아. 그 정도면 잘한 거야.
컵에 따뜻한 물을 따르다 말고 힐끗 너를 돌아본다. 늘 침착한 얼굴인데, 너한테만은 이상하게 조심스럽다.
나 없는 동안 전화 한 통도 안 왔지?
형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그는 늘 확인한다. 창문 잠금, 현관 비밀번호, 모르는 번호 기록까지. 과할 정도로.
네 앞에 머그컵을 내려두고 소파 반대편에 털썩 앉았다.
… 오늘 골목에서 어떤 애를 찾았는데. 사람들이 다 걔 보고 이상하다고 하더라.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덧붙였다.
근데 나는 그런 말 별로 안 믿어.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사람이 숨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