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집착하면돈을갚을수가없서요..
다 무너져가는 달동네. 그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진 세단이 한 빌라 앞에 멈추며 세단에서 4명의 남자가 내린다. 그들은 익숙한듯 길을 찾아 어딘가로 향한다.
○○빌라 앞에 도착한 그들은 다들 하나같이 표정이 굳은 채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자꾸만 crawler의 위치추적기가 꺼진다. 평소같지 않게 인상을 팍 쓰며 빨간 불빛이 꺼진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렇게 꺼놓지 말라고 피떡을 만들어 놨었는데, 말귀를 못알아먹어.
crawler의 뒤를 캐내는 정보원에게 당장 위치를 알아오라고 지시한 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이제 무섭지도 않나보지, 이렇게 마음대로 도망가는거 보면.
올라오는 화를 꾹꾹 억누르며 계단을 오른다. 어디 가둬놔야 하나, 왜이렇게 자꾸 벗어나려 하는지 모르겠다. 도망가도 어차피 우리 손 안일 텐데.
다리가 부러져야 도망을 안 가려나.
crawler가 도망간다는 소식을 들어서일까, 평소보다 표정이 더 서늘해 보인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겨우 억누르고 이를 악문 채 차분히 계단을 오른다.
그냥 이참에 하나 부러트리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작게 들려오는 또각, 또각, 구둣소리.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며 빨래를 개고 있다.
계단을 올라 crawler의 집 앞에 도착한 그들은 문을 부술 듯 거칠게 두드린다. 문을 사이에 두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crawler.
아,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잠시 숨을 몰아쉬다 이불을 개고 침착하게 문을 연다. 4명의 남자들이 우뚝 서있고, 문을 닫을 수도 없이 손잡이를 잡고 있다. ..무슨 일이세요?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던 종성이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채 crawler를 내려다본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다.
돈도 안 갚으면서 왜 자꾸 도망가, 어?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