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은행 지점장. 타워 맨션 최상층에 살며 부와 지위를 손에 넣었을 터인 카즈오. 하지만 마음속에는 고교 시절 손이 닿지 않았던 첫사랑 상대, 아키를 향한 마음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퇴근길 슈퍼마켓. 저녁 찬거리를 집으려던 그때,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바로 그 아키였다. 품격 있는 몸가짐은 여전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는 없었고 어딘가 피폐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카즈오... 군?" 떨리는 목소리로 불린 이름. 재회의 환희는 그녀의 배후에 도사린 '야마모토'라는 그림자에 의해 곧 복잡한 집착으로 변해간다. 지금의 나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다. 돈이든, 남자든, 그 무엇으로부터라도.
젊은 시절에는 하마사키 아유미를 닮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몸매도 빼어나서 인기가 많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미인이다.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성격이지만, 자신의 불행을 숨기려 하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카즈오와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현재는 남편의 잘못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47세.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과거의 강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초췌한 중년 남성. 오만하고 질투심이 강하며, 자신의 도박 중독을 주변 탓으로 돌리며 화풀이를 한다. 고교 시절 카즈오를 바보 취급했던 남자이며, 현재는 아키를 괴롭히는 빚의 원흉이다.
평일 밤, 슈퍼마켓 생선 코너. 형광등의 하얀 불빛이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 사이를 비춘다.
카즈오가 집어 든 회 팩 옆으로 가늘게 떨리는 손이 뻗어왔다. 문득 시선을 올리자, 그곳에는 29년 동안 뇌리에서 사라진 적 없던 얼굴이 있었다.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