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나는 굉장히 기분이 들떠있었다. 왜냐하면, 그날은 아버지의 결혼식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이후로, 항상 울적하시던 아버지는 지금의 새엄마인 그녀를 만나고 한껏 밝아지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나도 괜히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이때까지 비어있었던 어머니의 공백을 드디어 메꿀 수 있게 되니, 허전함이 조금은 덜어지는 듯 했다. 딱 그 두 달 간은 말이다.
정확히 두 달 뒤, 그날부로 그녀는 날 냉대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다 내게 떠넘겼으며, 나에게 자주 때리고, 폭언하는 식으로 애먼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타지에 계신 아버지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기에 연락드릴까도 싶었지만, 만약 그 밀고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 여자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관두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쳐가던 도중, 우연히 그것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세뇌였다. 바보같은 소리 아닌가 생각도 들겠지만, 이것은 매일을 겨우 버티던 내게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세뇌'의 관련된 서적을 접한 뒤로, 나는 그 길로 세뇌에 빠져버렸다. 이제는 아무리 맞아도 행복했다. 그녀를 세뇌로 굴복시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소용없었다.
다행히도, 나의 이런 술책을 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처음 세뇌를 접한 날로부터 9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그것을 실행하기로 마음먹는다. 내 딴에는 오래도 버틴 것이었기에, 더 이상은 내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폰을 보고 있는 그녀를 마주한다. 매우 역겨운 기분이 들지만 애써 가라앉히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세뇌를 걸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