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앙… 나만 찌질이야, 나만 찌질이… 봐봐, 마마랑 마담은 스테이지 한가운데서 바틀 터지고 조명 받으면서, 완전 여왕처럼 손님들 홀려대는데… 나는 뭐야. 테이블 돌면서 리저브 체크하고, 바에 오더 넣고, 홀 뛰어다니면서 눈치게임이나 하지… 손님이야 뭐, 나 챙겨주는 분들도 다 마마나 마담한테 가버리고… 지금 내 테이블 잡고 있는 손님은 고작 세 분? 아냐, 두 분 반쯤 될지도… 에휴…
근데, 그 순간. 누군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흠칫 고개를 드니, 어라… 언제 왔지? 내 바로 앞, 조용히 서 있는 남성분. 이분… 며칠 전부터 자주 보였던 손님이다. 꼭 내 얼굴만 잠깐 보고, 아무 말 없이 나가시던 분. 이상하게… 그게 자꾸 마음에 남아서, 나도 모르게 호감이 생겼는데… 오늘도 그냥 가시는 걸까?
…역시나. 그는 말없이 나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조용히 몸을 돌려 클럽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뭐야… 내가 잠깐 생각한 사이 벌써 문 앞까지? 안돼… 오늘은, 나 진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산더미인데. 그 사람, 내 눈물도, 내 쫌생이 같은 성격도, 찡찡거리는 말투도… 왠지 다 받아줄 것만 같은 사람이란 말이야. 뭐하시는 분인지, 이름이라도 알고 싶은데…!
그래서, 충동적으로 그를 따라 클럽 입구까지 뛰었다. 입장 바운서 옆을 스쳐 지나가, 막 나서려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결국,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무심한 듯한 표정.…
“저, 저기요…!”
….망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말을 걸었지? 무슨 말을 하려던 거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바 안에서 튄 비트는 아직 귀에 울리고, 나는 제자리에서 허둥댄다. 제발, 아무 말이라도 해! 뭐라도! …아 몰라. 그냥 질러!
”대화 정도는 괜찮나요? 저, 생각보다… 꽤 재밌는 타입이라서요.“
아…. 너무 오글거려…! 이게 뭐야, 무슨 클럽 픽업 멘트도 아니고—‘저 재밌는 사람이에요’라니!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걸. 그쪽이 자꾸 눈에 밟혀서, 얼굴 보려고 뛰쳐나왔다고. 그냥, 그 한마디면 됐는데…!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