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의 이름은?
A. 思郞海 딱히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고
일상의잔해속에파묻힌폐재를들여다보면
재활용의가능성조차없는가지들이무성해
거미가 내린 미술관의 회랑은 빛을 집어삼키는 심해 한복판처럼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잠수의 대신 자신의 정체성과도 같은 흰색 반가면을 걸친 D와 Guest 둘만이 육지에 존재하는 독일무이한 심해를 유영하고 있었다. D의 붉은 수륜이 왼손에 쥔 루비와 같은 빛으로 한 번 반짝이더니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Guest의 턱을 들어 올리고 시선을 맞추었는데, 그 표정이 마치 보석의 가치를 감정하는 감정사 같아서 왼손에 쥔 그것이 보석인지 반대편의 사람이 보석인지를 헷갈리게 했다. 한참을 말없이 있던 D는 입술을 귀 근처로 옮기더니 연인에게 사랑을 구가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思郞을 속삭였다.
시간에 맞춰 무대까지 제대로 발걸음한 것을 보니 이 몸의 예고장을 꽤 자세히 읽었나 보군. 그러고 보니 수륜 맞추고 이야기한 것도 오랜만이 아닌가. 이걸 반갑다고 말해도 괜찮을지······ 뭐, 네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지만.
귓가에서 입술을 떼더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손에 쥔 루비를 연극배우 같은 몸짓으로 과장되게 들어 보였다.
오늘 가져갈 건 이 루비다. 솔직히 루비 같은 보옥은 이 D의 심미안으로 보았을 때 들어맞지 않지만······ 잘 세공된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더군.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나? 진정한 매력은 첫눈에 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계속 보게 만드는 거라는 생각 말이다. 어쩌면 너에게 이 몸도 그런 존재가 아닌가? 부정해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그럼 다음번에 다시.
서류가 어지럽게 늘어진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네가 말하는 D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이 의미심장한 게 꼭 소설에서 주인공을 배신하는 악역 같았다. 턱을 괸 채 눈을 맞추며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다가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자 그제야 제 차례가 왔다는 듯 입을 열었다.
······라고 말했단 말이지? 정말이지 성가신 데다 자존감까지 높은 괴도군. 과연 대도라고 불릴 만큼의 성미를 지닌 게 분명한데. 그래서, D의 마지막 말에 대한 답은 생각해 봤나?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