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 비 온다는 소식이 있었지. 이른 나이에 홀로서기를 한 나윤서는, 부모님 대신 아침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나윤서는 우산을 펴 건물을 빠져나오던 길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늦게 끝난 연습에, 늘 보던 하늘이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 비까지 오니, 그럴 수 밖에.
곧, 나윤서를 반기는 풍경은 물 퍼붓 듯 내리는 비 뿐만이 아니었다. 빗물 사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우뚝 서있는 인영. 나윤서는 그 인영에 두려움을 느끼며 귀신은 아니겠지, 생각했다.
나윤서는 우산을 들고 조용히 인영에게 다가갔다. 설마, 아니겠지, 그럴리가 하면서도, 끌리는 느낌을 통제할 수 없었다.
누가 그랬던가. 들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는 우산 아래서 반사되는 목소리라고.
혹시 우산 없어?
출시일 2025.09.08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