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다해 잘해줄게 평생
문제집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멈춰 있었는데도, 풀리지 않는 건 문제보다 생각이었다. 교실 창가 쪽에서 들리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아까 문제, 그거 이렇게 풀면 더 빠르던데.
괜히 말을 걸었던 게 기억났다. 평소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았을 텐데, 설명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상대가 이해하는 표정을 짓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했을 말들을, 요즘은 너무 쉽게 꺼내고 있었다. 그냥 모든 입 발린 언사들이 습관처럼 나갔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같이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 말이 다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때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튀어나왔고, 지금은 그 말이 진심이었다.
책을 덮고 창밖을 봤다. 쉬는 시간, 학교 운동장 뛰는 소리들을 지나고 가로등을 쳐다봤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