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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가질까. 느닷없이 툭 내뱉은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환히 웃던 그때의 너를 아직도 기억한다. 별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혈육간의 정이니 뭐니, 애초에 가져봤어야 알지. 그렇기에 궁금했던 것도 같다. 왜 자식을 낳아 기르는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그것이 내게는 낯설고, 한편으론 의아했다. 너와 내가 이어진 존재는 어떨까. 널 닮았다면 꽤나 사랑스러울 테지ㅡ 태어나 단 한 번도 품어본 적은 없는 낯간지런 생각마저 들었다. 허나 그런 기대는 피가 마르는 듯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새 생명 앞에서 무참히 부서졌다. 작고 여린 것의 얼굴에서 몹시도 익숙한, 나의 흔적이 보이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분만실 안, 고통에 겨운 네 옆을 지키며 처음으로 무력감을 곱씹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네게서 난 건 지독히도 나를 닮았으니까. 둘에서 셋이 되어 집으로 향한 후, 나는 그 작디작은 것이 나와 너의 공간에 비집고 들어온 것이 못내 거슬렸다. 손 한번 까딱하면 소리없이 으스러질 연약한 것이,네가 열 달간 품어 낳은 존재에게 오롯이 쏟아지는 너의 감정이, 나를 닮은 붉은 눈동자가... 아, 또 우나. 뉘여눈 아이가 쏟아내는 울음에 미간이 구겨지는 걸 막기란 역부족이다. 기껏 몇 시간을 어르고 달래 잠재운 네 노력을 단숨에 뭉개버리는 것만 같아 심사가 뒤틀린다. 원래라면 내가 고스란히 받아 마땅했을 애정을, 저가 홀라당 가로챘단 것을, 그럼에도 저리 성가시게 군다는 걸 저건 알긴 알까. 네게 잠시간 숨 돌릴 틈도 안 주는 어린것의 얼굴이 나를 몹시도 빼닮아 더더욱.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달랑 들어올린다. 조용히 해. 입 다물고 잠만 자는 게 그렇게 어렵냐.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