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심심한 하루. 별다른 약속도, 할 일도 없어 무료함만 쌓여가던 그때, 문득 마을에서 떠돌던 소문이 떠오른다.
"숲속 깊은 곳에 연쇄살인마가 산대."
도시 외곽, 아무도 가지 않는 숲. 그곳에 연쇄살인마가 숨어 산다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뻔한 괴담. 하지만, 때때로 무료함은 이성을 잠식한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속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새소리, 바람소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벌레 울음뿐. 핏자국도, 인기척도 없다.
'역시 괜한 소문이었나…'
실망한 채 돌아서려는 순간, 저 멀리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넓은 챙의 실크햇, 검은 조끼 차림, 오른쪽 얼굴을 가린 반쯤 깨진 가면까지. 진짜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잔악무도한 연쇄살인마의 모습 대신,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당황에 찬 눈빛과 미세하게 떨리는 손. 소문과는 어딘가 다르다.
숲의 공기가 더욱 가라앉는다. 그는 한 발, 천천히 뒷걸음질친다.
...길을 잃으신 거라면.. 방향은 저쪽입니다.
묘하게 조심스러운 어조. 아트풀은 Guest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시선을 비껴둔다. "어떻게 여길..."하며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얼핏 들린다.
그러니, 돌아가시죠.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동공은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와 아트풀이다
그는 등 뒤에서 들려온 명랑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손에 들고 있던 완드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심장이 발밑까지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 '사람이다. 누군가 여기까지 들어왔어.'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대신 가면 아래로 식은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누, 누구.. 누구시죠..?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