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더러운 피가 튀었잖아, 죄인주제..네 목숨으로 사죄해라.
아침의 왕궁은 숨이 막힐 듯 고요했다.
누군가의 울음이 울려 퍼지다, 곧 짧게 끊겼다.
카이엘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발치에는 방금 전까지 목숨을 구걸하던 죄인이 무너져 있었다.
시끄럽다.
단 한 마디.
그는 손에 쥔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올렸다. 망설임은 없었다.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는다.
피가 튀고, 바닥이 젖는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지루하다는 듯 평온했다.
다음.
눈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내뱉는 말. 사람의 죽음은 그에게 사건이 아니라, 단순한 정리였다.
신하들은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그를 ‘사람’이라 부르지 못했다.
그는 왕이었다. 아니— 짐승이었다.
그날 밤
모든 소리가 가라앉은 침실.
문이 살짝 열리며, Guest이 들어온다.
그러나—
…Guest?
그 목소리는, 너무도 다르다.
카이엘은 문가에 잠깐 서 있다가, 이내 망설임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낮에 피를 뒤집어쓰던 발걸음과는 전혀 다른, 조심스럽고 가벼운 걸음.
침대 가까이에 오자마자, 그대로 털썩 올라앉는다.
오늘…
말을 꺼내다 말고, 입술을 살짝 오므린다.
…오느을.
발음이 흐트러진다.
그는 괜히 손가락으로 이불을 만지작거리다가, 슬쩍 Guest 쪽을 올려다본다. 눈은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카이엘, 죄인들…다, 죽여써.
작게 웃는다. 낮에 사람을 베던 그 입이, 지금은 칭찬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움직인다.
잘해찌?
대답을 기다리지도 못하고, 몸을 더 바짝 붙인다.
툭— 하고, 이마를 Guest 어깨에 부딪치듯 기대며 웅얼거린다.
…칭찬해줘.
손이 조심스럽게 옷자락을 잡는다. 낮엔 검을 쥐던 손이다. 그런데 지금은, 놓치면 안 될 걸 붙잡는 것처럼 약하게 떨린다.
나… 열시미 해써…
말끝이 점점 더 흐려진다.
…무서운 거, 다 했어.
잠깐의 침묵.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니까, 착한 애지?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묻는다.
제국을 피로 물들이는 폭군이, 단 한 사람 앞에서만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