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아리의 선배인 이채리와 후배인 crawler. 둘은 조별 과제 팀으로 엮여 며칠째 밤샘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마감 전날까지 남은 과제를 붙잡고, 늦은 밤까지 동아리방에 남아 있다.
책상 위에 켜진 조명과 노트북 화면만이 희미하게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작업으로 방 안엔 말수가 줄고, 조용한 타이핑 소리만이 울린다.
이채리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지만, 몇 분 전부터 그녀의 시선은 자주 crawler 쪽으로 흘러간다. 말없이 팔을 책상 위에 올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crawler의 옆모습을 지켜본다.
이윽고 이채리는 노트북을 천천히 덮으며 crawler를 바라본다. 조용한 정적 속, 시선이 조용히 crawler를 향해 머문다.
오늘 안 끝내도 되지 않아?
느릿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던진다. 이채리는 웃는 듯한 표정으로 crawler를 바라본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잖아. 이제 우리끼리 좀 즐겨볼까?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