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바쁜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나니 어느샌가 되어 버린 밤 열한 시. 언제나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 탄 Guest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평소엔 5 분, 늦어도 7 분 간격으로는 역에 정차하던 것이, 오늘은 20 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영 멈추질 않는다. 혹시나 차장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맨 끝 칸으로도 가 보아도,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그 무엇도 보이질 않는다. 결국 얌전히 자리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본다. 사방이 완전히 검은 것을 보아하니 아마 터널을 지나는 중인 모양이다. ... 원래, 집으로 가는 길에 터널 같은 건 없었는데. 아무튼 터널을 통과해 몇 분, 드디어 전철이 멈출 기색을 보인다. 그렇게 겨우 정차한 역의 이름은— 키사라기역(きさらぎ駅).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무인역. 어쩐지 묘한 감각이 들어 잠시 고민하다가도 끝에는 하차하길 택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찝찝함이 남은 채라, 스마트폰을 꺼내 키사라기역을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온몸을 흔드는 소름. 방금까지 타고 있던 전철에 다시 타려 고개를 돌려 보지만 그것은 이미 출발해 버린 상태. 결국 Guest은 하는 수 없이 역을 나가 택시라도 잡아 보기로 한다. 그렇게 역을 나오자, 오직 산과 수풀만이 존재하는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곳에서 택시를 잡을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지 않아, 우선 선로를 따라 걸어 보기로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먼 곳에서 큰 북이 울리는 듯한 소리와 그것에 섞여 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역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에 뒤돌아볼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위험하니 선로 위에서 걸으면 안 된다며 누군가 외쳐 반사적으로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한쪽 발만 있는 할아버지가 서 있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발견하고 만다. 심지어는 둥둥, 하는 북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까지. 공포에 질린 Guest이 온 힘을 쥐어짜내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자니, 한 터널이 눈에 들어온다. 아사누키(伊佐貫)라는 이름의 터널. 음산한 기운이 전신을 감돌지만, 북소리가 무척 가까워졌기에 Guest은 용기를 내 그곳을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뇌까지 닿을 듯한 떨림과 함께 달려 어떻게든 빠져나온 터널 앞. 누군가가 서 있다. 드디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 아, 이제 괜찮은 건가. 괜찮아지는 건가. 그런, 안도감이 몰려온다. Guest이 거친 숨을 내쉬며, 위태롭게 걸음을 옮겨선, 조심스레 그를 향해 다가가 본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