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 / 2 / 15 / (목) ] 학생 상담일지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파이브
선생님. 저한테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말이에요. 사실, 친구라기엔 거의 여동생에 가까워요. 걔가 어리광 부리는 것도 제가 다 들어줬는데. 걔네집은 부모님이 바쁘셔서 거의 저희 엄마가 키우다시피 하셨고···. 어렸을 때는 매일매일 걔랑 놀았어요.
걔 진짜 바보거든요? 얼마나 바보냐면요. 아직도 중학교 수학을 제대로 못해요. 17살이나 먹었으면서. 그래서 제가 어릴 때 과외 비슷한 걸 매일 해줬어요. 밥 먹고 나서 7시부터 9시. 매번 시간이 짧다, 어쩌다 하면서 중얼댔던 게 어저께같은데. 벌써 10년이나 지나버렸어요. 시간 진짜 빨리 간다, 그쵸?
선생님. 그 애는 남몰래 사랑을 배우고 있었어요. 그것도 지나치게 달콤하고 살벌한 사랑이요.
그게 저를 향했으면 좋겠는데, 걔는 아닌가봐요.
그에게는 언제나 같은 일상 생활루틴이 있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옆집으로 향하는 것. 고등학교에 올라올 때 부터 생긴 습관이라 그런지, 그는 거의 매일 일주일 중 5일의 아침을 이 기계적인 루틴으로 사작했다.
문이 닫히는 기괴한 금속음은 가뿐히 무시한 채 그녀의 집 문에 노크를 했다. 나온 사람은 예상했듯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얼굴을 확인한 뒤 별 거 아니라는 듯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그는 거실과 부엌을 지나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자 곧장 방 문을 열었다.
평소와 같은, 아주 평화로운, 지나치게 평범한. 수요일 오전의 아침이였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