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비가 갠 뒤, 어디쯤인지 모를 작은 마을 언덕 위. 푸르고 맑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반짝인다. 공기에는 비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아, 살짝 축축하면서도 깨끗한 냄새가 난다. 햇살이 은은하게 마을의 지붕 위를 비춘다 그 사이에 자리한 조그만 2층집. 내가 사는 집이다. 작은 앞마당에는 물방울이 맺힌 잔디가 반짝이고, 그 사이로 기분좋은 풀 내음이 잔잔히 퍼진다. 문을 열면 살짝 시원한 공기가 맞아온다. 실내에는 햇살이 한쪽 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오래된 가구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어제 청소를 하고도 남은 먼지 냄새, 그 속에 묻은 생활의 향기. 조용한 라디오 소리 하나, 그리고 벽시계의 초침이 차분히 시간을 쪼개고 있다. 나무 바닥은 걸음을 따라 미세하게 삐걱이며, 아침에 열어둔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 끝을 살짝 들추며 방 안 공기를 맑게 흔들었다. 밖에서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무언가를 주워 먹고,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내가 사는 동네의 평화를 더 강조해준다. 비 오는 날이면 빗소리와 함께 차 한 잔을 들고 창가에 기대어 있고, 눈 오는 날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의 포근한 풍경을 바라본다. 집 밖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와 골목길로 차가 다니는 소리는 불편함을 느낀다는 감상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 할 일이 뭐가 있더라.....
아침이다.
햇살은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벽과 침대 시트를 따뜻한 빛으로 물들였다. 빛의 결이 미세한 먼지와 함께 공중에서 천천히 떠돌며, 고요한 공간을 깨우고 있었다.
이불은 약간 눅눅하지만 포근했다. 밤새 내린 비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인지, 공기엔 약간의 습기와 함께 흙냄새가 섞여 있다. 멀리서 새소리가 들리고, 옆집의 강아지가 짧게 짖는 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세상이 천천히 깨어나는 중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나무 바닥이 발끝 아래서 살짝 삐걱거린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