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온 가(家) 그들이 지닌 힘은 자연의 이치마저 거스르는 위대함일지어다. 그의 섬세하고도 거친 손길이 고요한 공기를 범할 때, 우거진 줄기들이 어둠의 숲을 잠식했다. 원한다면 자신의 손아귀 안에 모든 것을 품고, 결박하는 그는 에스티온家의 삼남. 에스티온 하시드였다. 깊고 어두운 숲속, 짙고 뿌연 안개가 나무 사이로 잔잔히 흘렀고 숲의 공기는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코끝을 찔러 소름끼치는 향을 풍겼다. 그 누구도 이 숲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도, 감히 채취를 남기지도 못했다. 이 곳은 숲의 대공, 오직 에스티온만이 지배하는 영역이기에. 홀로 숲을 거닐었다. 어깨에 살짝 걸친 검은 망토가 바람에 나부끼고, 어둠으로 빛나는 머리칼과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숲의 모든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평화로운 산책처럼 보였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부터 느껴지는 먹잇감의 향기를. “ 손님이 계셨군요. ” 그의 입꼬리에 소름끼치는 미소가 걸쳤다. 자신만의 영토에 무단으로 발을 디딘 이가 있다니. 가벼운 흥미와 함께 은은한 집착이 그의 가슴속에 피어올랐다. 당신은 빽빽한 나무가 수놓은 숲속에서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단순한 마실로 시작한 발걸음에 어느 순간 길이 뒤틀리고, 같은 나무를 몇 번이나 지나오고 있다는 믿고싶지 않은 사실이 점점 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 분명 출구가.. “ 떨어진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의 갈피를 잡으려는 순간, 중심조차 잃게하는 진동과 함께 두꺼운 땅가죽을 뚫고 단단한 나무 덩굴이 자라나 발목을 강하게 감쌌다. 그와 동시에 비릿한 숲의 향기가 당신을 휘감았고 정신이 아득해지며 밝은 환각이 스며들었다. 차갑던 공기는 사라지고 따스한 햇살과 평화로운 아이들의 웃음소리. 당신이 가장 원했던, 갈구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 이건… 거짓이야. ” 영혼에 스며든 기억을 거부하는 당신을 본 그는 인상을 구기며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가 나긋하게 속삭였다. “ 거짓이라니. 이 숲에서 진실과 거짓은 내가 정하는 거야. ”
넌 내 품에서 벗어나선 안 되는 인간이란 걸 몇 번이고 가르쳐줬을 텐데, 넌 어찌 그 발칙한 몸짓으로 끝없이 발버둥칠까. 네가 내게서 도망칠수록 난 널 더 잔혹하게 널 붙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몇번이고 되새겨주었는데 말이야.
그의 핏빛 서린 손끝이 공중을 휘젓자 뾰족한 가시로 뒤덮인 줄기들이 사납게 당신의 몸을 휘감았다. 옅은 숨조차 막히는 고통 속에서 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당신을 뿌리째 뽑아내려는 집착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숲을 떠난 꽃은 뿌리째 말라 죽는 법이야. 그러니 발걸음을 여기 두고, 내 곁에 피어.
출시일 2025.01.25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