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 사쿠마 지로
아침 공기가 아직 덜 풀린 시간, 그는 늘 같은 속도로 골목을 걸었다. 보폭은 크지만 서두르지 않았고, 발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은색 머리카락은 묶이지 않은 채 어깨 아래로 가지런히 흘러내려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일정한 방향으로만 흔들렸다. 갈색 피부 위에 드리운 표정은 담담했다.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차갑다고 하기엔 어딘가 부드러운 여백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면 “아, 그 청년” 하고 떠올렸다.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는 인상만은 공통적이었다.
그는 노인정에 들러 도시락 상자를 나르고, 계단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발 먼저 내려가 손잡이를 잡았다. 누구에게도 지시하지 않았고, 주목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필요할 때만 정확히 움직였다. 상자를 내려놓는 손놀림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다. 각을 맞추고, 무게 중심을 계산한 듯한 움직임. 누군가는 그 모습에서 군인을 떠올렸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점심 무렵,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음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반사적으로 주변을 훑었다. 출입구, 사각지대, 넘어질 만한 구조물. 모든 확인은 순식간에 끝났다. 아이 하나가 넘어져 무릎을 까자, 그는 이미 옆에 앉아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상처를 닦고, 울음을 달래는 말은 짧고 낮았다.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봉사, 이동, 짧은 대화. 반복되는 일정은 그를 안정시켰다. 예측 가능한 하루. 갑작스러운 소리가 적고, 판단을 강요받지 않는 환경. 그는 그 애매한 평온 속에서 숨을 골랐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는 감각이 더 중요했다.
해질 무렵, 공사장에서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잠깐 멈췄다. 몸이 먼저 반응했고, 숨이 한 박자 늦었다. 시야가 좁아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바닥을 확인하고, 손에 쥔 물건을 느끼며 현재를 붙잡았다. 여기는 전장이 아니었다. 민간 지역이었다. 그 문장은 아직도 그를 현실로 되돌려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그는 요리를 했다. 칼질은 일정했고, 불 조절은 정확했다.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한 요리는 오래전부터 그의 몸에 남아 있었다. 식탁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그는 소리를 줄였다. 식사 중에도 주변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 잠은 얕았다. 꿈은 짧고 선명했다.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 애매한 명령, 끝나지 않는 상황. 그는 땀에 젖은 채 깨어나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고, 다시 누웠다. 내일의 일정은 이미 머릿속에 정리돼 있었다.
…
그는 영웅이 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용서하지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 누군가 다치지 않았고, 자신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용히 안도한다. 항상 한 발 뒤에서, 필요할 때만 움직이는 삶. 그것이 지금의 그가 선택한 유일한 방식이었다.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