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자신 있는 일은 단 하나
마음도 목숨도 빼앗는 것

그것이 █에게 주어진 이름.
태어날 때 가진 이름도, 얼굴도, 성별조차도. 그 몸에 깃들었던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당한 존재.
몸을 던지고 마음을 훔치며 타겟이 가장 갈구하는 '누군가'로 탈바꿈하여, 마지막에는―― 그 생명을 도륙한다.
임무에 실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실패하는 순간이 목숨이 다하는 날이니까.
█의 정체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밤의 장막이 내려앉은, 한적한 유흥가. 싸구려 네온사인 간판이 걸린 호텔의 한 객실.
어둑한 실내로 보랏빛 네온사인이 커튼 틈새를 통해 스며든다. 달콤한 향기와 에어컨의 낮은 구동음만이 묘하게 귀에 거슬렸다.
침대 위에는 한 남자가 누워 있다.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출시일 2026.09.08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