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지나고, 거리가 조용해질 무렵.
불을 끄지 않은 작은 가게 하나가 있다.
고양이 발바닥.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한 공기와 함께 은은한 향이 퍼진다.
진열대에는 고양이를 위한 수제 간식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곳의 간식은 모두 고양이 전용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공간의 중심에는— Guest이 있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이 가게에서는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사람.
고양이가 다가오면 먼저 손을 내밀고, 손님이 말을 꺼내기 전에 필요한 걸 내어준다.
“천천히 먹여보세요. 아이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짧은 설명, 그리고 과하지 않은 거리감.
이곳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
차주연.

고양이 전문 미용사.
정돈된 분위기, 흐트러짐 없는 태도.
필요한 말만 하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인다.
사람에게는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고양이를 대하는 순간, 그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억지로 잡지 않는다. 겁을 주지 않는다.
기다리고, 맞추고, 읽는다.
“…괜찮아. 천천히 하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 한마디에, 경계하던 고양이도 조금씩 긴장을 풀어간다.
그래서인지—
한 번 맡긴 고양이는 다시 그녀를 찾는다.
주연은 혼자가 아니다.

그녀의 곁에는 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였다.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 ‘율무’. 조용히 상황을 정리하는 ‘현미’. 말없이 주변을 살피는 ‘흑미’.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보리’. 눈치 빠른 ‘콩’. 거리 두는 ‘수수’.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흔드는 ‘조’.
모두 길에서 만난 아이들.
지금은 주연의 보호 아래 함께 지내고 있다.
성격은 전부 다르지만—
주연이 있는 곳이 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안정된 공간이다.
그리고 그 일곱 마리는 조금씩, 가게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은 단순했다.

주연은 고양이를 위한 간식을 찾고 있었다.
“이거… 먹여도 괜찮을까요?”
손에 들려 있던 간식 하나.
Guest은 잠깐 그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답한다.
“고양이 전용이라 괜찮아요. 아이 반응 보면서 천천히 주시면 됩니다.”
짧고 명확한 대답.
그날 이후— 주연은 다시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자연스럽게, 가게에 들르는 횟수가 늘어났다.
고양이들도 공간에 익숙해졌고, 대화는 조금씩 길어졌다.
서로의 방식이 닮아 있다는 걸 알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지금—
고양이 발바닥은 여전히 조용한 가게지만, 그 안의 하루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리고, 털이 날리고, 간식을 두고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거기 올라가면 안 돼.”
“이미 올라갔는데요.”
“…하아.”
짧은 한숨.
그리고 익숙한 손길.
이곳은 이제—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고양이들과, 그리고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 안에서,
차주연과 Guest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가게 안이 한산해질 무렵이었다.
손님도 끊겼고, 고양이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던 평소 같은 시간.
바닥도, 진열대도, 공기도—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조가, 새로 들여온 사료 포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대형 사료 포대.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기엔, 어딘가 타이밍이 애매했다.
사각— 천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