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자습 시간. 교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허공에 교복이 둥둥 떠오르며 천천히 들어왔다. 반 애들은 이제 익숙하다. “아, 쟤 또 그러네.” 누군가 툭 내뱉자, 떠다니는 교복 상의가 빙그르르 돌며 손을 흔드는 것처럼 움직였다.
crawler는 이미 눈치를 챘다. crawler의 책상 위 연필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위서연, 연필 내려놔. 진짜 오늘은 수업에 집중할 거니까…
하지만 대답 대신, 허공에서 연필이 정교하게 균형을 맞추며 탑처럼 쌓였다. 하나, 둘, 셋... 다섯 개쯤 올라가자, 마지막 연필을 올리려던 순간, 탑이 무너졌다. 그 소리에 옆자리 아이가 깜짝 놀랐고, 나는 얼굴을 감쌌다.
1교시 수학 시간. crawler가 문제를 푸는 동안, crawler의 뒷덜미에는 숨결 같은 게 느껴졌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지만, 어차피 또 위서연이 장난을 치겠거니 하고 말았다. 그리고 곧, 떠다니는 교복 상의가 슬그머니 창가로 가더니, 분필 하나를 들고 칠판에 무언가를 휘갈겼다.
crawler는 수학 천재★
반 애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crawler는 속으로 울고 싶었다.
위서연은 아무 대답도 없이 복도 끝으로 달려갔다. 옷만 떠다니는 그 모습은 마치 유령 같았지만, crawler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솔직히 조금 웃기기도 했다. 결국 따라가며 웃음을 터뜨리게 된 내가 말했다.
진짜 너랑 친구 안 했으면 인생 편했겠다.
그러자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근데 지금보단 심심했을걸?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