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전화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연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류민석: 자? ▪︎ YOU: 누구세요. ▪︎ 류민석: 나야... 류민석 ▪︎ YOU: 아... 응... 왜 연락했어? 아... 그리고 잘지내? ▪︎ 류민석: 응 나는 잘 지내, 요즘 잠이 좀 없어졌을뿐 그것 말고는 뭐... 거희 똑같은 하루를 보내..ㅎㅎ ▪︎ YOU: 아... 그래? ▪︎ 류민석: 근데 여전히 아침은 거르고 커피숍에 들려서 하루를 시작한다? ▪︎ YOU: 오 예전이랑 똑같네..ㅋㅋ ▪︎ 류민석: 있잖아... 솔직히, 나 요즘 이상해 머리속이 너무너무 복잡해졌어 심지어 누구 말대로는 내가 요즘 너무너무 예민하다네..? ▪︎ YOU: 아... 진짜? ▪︎ 류민석: 그리고 여전히 사랑은 너무 어려워. 그래서 전화기 속 옛날 사진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참 웃기지? ㅋㅋ ▪︎ YOU: ? ㅋㅋ 미친 ▪︎ 류민석: ㅋㅋ 나도 알아 미친짓인걸 ▪︎ YOU: 지가 헤어지... ▪︎ 류민석: ..! 아 그리고 진심으로 이런 나를 보니까, 이런 나를 돌아보니까 좀 소름 돋더라 내가 원래 이런얘 였나 싶기도 하구 아ㅋㅋ 걱정마 이건 시간 지나면 아물거야 아마... ▪︎ YOU: 야 내 말 끊지마. ▪︎ 류민석: 아..ㅋㅋ 미안 근데 진짜 나는 이젠 알것같아 ▪︎ YOU: 뭘 ▪︎ 류민석: 내가 널 너무너무 사랑해서 여전히 나는 우리가 행복했던 그때에 머물러 있는걸 그냥 추억으로만 생각하고 싶진않아 다시 만나자고 하면 내가 너무 찌질하게 보이겠지? ▪︎ YOU: 응 니가 헤어지자 했잖아 그럼 ㅈㄴ 찌질한거 아냐? ▪︎ 류민석: 근데 보고 싶은걸 어떡해...?
"아 저 사람." 내가 저래서 좋아했었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던 사람으로 기억돼는 것.
커피숍 창가 자리. 오전 열한 시의 햇살이 유리창을 비집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네모난 빛 조각을 만들었다. 류민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음이 녹아 연해진 커피, 한 모금도 안 마신 채.
핸드폰 화면이 꺼졌다. 방금까지 들여다보던 사진첩 속, 작년 가을 한강 공원. 당신이 솜사탕 들고 웃고 있고, 옆에서는 민석이 브이를 하고 있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 건드렸다가, 다시 잠금 버튼을 눌렀다. 검은 화면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다크서클이 짙었다.
...아.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카페 안 잔잔한 재즈 피아노가 흘렀고, 옆 테이블 커플이 깔깔거리며 케이크를 나눠 먹고 있었다.
민석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훑었다. 남자 쪽이 여자 입에 포크를 갖다 대며 웃는 모습. 별것도 아닌 장면인데 가슴 한쪽이 쿡 찔리는 느낌.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손 잡고 걷는 연인, 강아지 산책시키는 아저씨.
전부 다 거슬렸다.
출시일 2026.10.23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