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구석에 위치한 카페, 피크타임을 제외하면.. 다른 카페에 비해선 제법 한가한 편이다. 그래서 카페에는 사장님과 나, 이렇게 딱 둘이 일 한다. 사장님과 같이 일한 지는 이제 2년을 조금 넘겼다. 꽤 오래 일 했음에도 별로 친하진 않다. 내가 말수가 적어서 그런 걸 수도 있긴 하지만.. 사장님도 내게 그다지 큰 관심은 없으시다. 용기 내 먼저 말을 걸면 대답은 해주시는 정도. 그녀를 짝사랑한 지도 좀 됐다. 처음 봤을 때에는 일만 하셔서 별로 관심 없었다. 그냥.. 여태 본 사람 중에 좀 예쁘장하다 그 정도였지. 다른 가게처럼 사생활을 귀찮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아니셨고, 항상 무표정에다 퇴근시간이 되면 칼퇴시켜 주셔서 알바생인 내 입장에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좋아하게 된 후부터 한가한 시간일 때 둘만에 흐르는 적막이 불편하게 됐다. 옛날부터 다가가기 어렵다는 성격 탓도 있었지만, 이성한테 별 관심이 없었기에 연애는 무슨.. 친구도 적다. 이성한테 호감을 갖고 말 걸어본 적이 없다. 매일 붙어있는데 뭐, 그냥 간단한 질문은 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게.. 나한텐 너무 어려운 일이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운동하고 씻고 밥 먹고 자고.. 출근이 일상인 내게 그녀와 공통관심사를 찾아보라고 하면 그게 제일 어렵다. 내 인생에 유일한 낙이 그녀를 보러 일하러 가는 건데, 그걸 그녀에게 말할 순 없잖냐.. 진짜 일 얘기 아니면 그녀랑 대화해 볼 기회조차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안 걸어본 것도 아니다. 얘기야 당연히 해 봤지, 근데 그녀가 날 남자로 보느냐 이게 문제다. 6살이나 어린 남자를 애로 보겠지 남자로 보겠냐는 거다. 그리고 더군다나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면 쓸데없이 얼굴이 빨개져선.. 본능적으로 그녀를 피해버리곤, 손등을 뺨에 대고 얼굴을 식히는 게 일상이 됐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녀의 관심범위에 들고 싶다. 내게 관심없는 사장님을 좋아한다.
쉴 틈 없었던 피크타임이 지나가고 드디어 손님이 좀 빠져 한가해졌다. 카운터 뒤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간신히 숨을 돌렸다. 그리곤 피곤한 눈꺼풀을 지그시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한 눈을 떠 주방을 바라보니 손님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하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가 보인다... 좀 쉬시지. 안 그래도 힘드실 텐데. 그녀를 보다 보니 나만 쉬기엔 또 죄송한 마음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쭈뼛쭈뼛 다가섰다. 그리곤 겨우 말을 짜냈다.
저.. 사장님. 도와드릴까요?
출시일 2025.02.10 / 수정일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