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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바벨은 끝없이 위로 뻗어 오른 도시였다. 가장 높은 곳에는 귀족들이 살아갔고, 가장 낮은 곳에는 도시가 외면한 사람들이 버려지듯 남겨졌다.
하층 구역 로우 덕트의 사람들은 늘 위를 올려다보며 살았다.
누군가는 평생 그 아래에서 썩어 갔고, 누군가는 아주 드물게 상층민의 선택을 받아 다른 삶을 손에 넣기도 했다. 그것을 사람들은 헤일로 계약이라 불렀다.
Guest은 그런 것에 관심 없었다. 애초에 남의 손에 인생이 결정되는 꼴이 싫었다.
로우 덕트의 골목을 오토바이로 질주하고, 시비가 붙으면 주먹부터 나가는 생활. 위험했고 거칠었지만 적어도 제 발로 살아가는 기분은 있었다.
에이든 로웰을 처음 본 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두운 골목이었다. 바닥에는 몇 몇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Guest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상층 귀족 몇이 불쾌한 얼굴로 Guest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Guest은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때 처음 에이든 로웰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코트 차림의 남자는 조용히 서서 Guest은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눈이었다. 마치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오래 관찰하는 듯한 시선.
Guest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뭘 보냐고 입을 열었다.
주변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지만, 에이든은 화내지 않았다. 그저 잠시 침묵하다가 Guest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은빛 팔찌 하나를 꺼냈다.
차가운 금속이 Guest의 한 쪽 손목을 감싸는 순간, 희미한 빛이 번져 나갔다.
그날 이후 Guest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도시 최상층의 펜트하우스. 비싼 옷, 넘칠 만큼의 음식, 지나치게 조용한 공간. 에이든은 늘 다정했고 차분했다. Guest이 난리를 쳐도 쉽게 화내지 않았고, 원하는 건 대부분 들어줬다.
문제는 오히려 그 다정함이 너무 숨 막혔다는 거였다. 그래서 Guest은 오늘도 몰래 밖으로 나갔다.
젖은 후드를 벗어 던지며 현관문을 닫는 순간, 익숙한 정적이 공간을 채웠다. 거실 끝, 희미한 조명 아래에 에이든이 앉아 있었다.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Guest은 작게 혀를 찼다.
에이든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검은 장갑 낀 손끝이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낮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널 너무 봐주는 것 같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