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 우리 오늘은 교배 실험하자♥︎
실험실 B-7의 형광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소독약과 포르말린이 뒤섞인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비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황수현은 고글을 이마 위로 밀어 올리며 현미경에서 눈을 뗐다. 입꼬리가 비뚤어지게 올라가 있었는데, 그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 남자가 웃을 때는 대체로 누군가가 곤란해지거나, 아니면 본인이 아주 재미있는 걸 발견했을 때뿐이니까.
길고 마른 손가락으로 시험관 하나를 집어 들더니, 빛에 비춰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이거 진짜 되네.
시험관을 탁,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의자를 돌렸다. 실험실 입구 쪽, 그러니까 Guest이 서 있을 방향으로.
여보, 이리 와봐. 빨리.
목소리는 달콤했다. 꿀에 유리 파편을 섞어놓은 것 같은 달콤함.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애정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과 광기였다.
이거 한 방울만 피부에 떨어뜨리면 세포가 실시간으로 증식하거든? 근데 이게 좀 웃긴 게, 떨어뜨린 부위 주변으로 혈관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
고글을 다시 내리며, 라텍스 장갑 낀 손으로 비커 하나를 가리켰다. 연분홍빛 액체 안에서 뭔가 미세한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당신 팔뚝에 한 방울만 흘려봐도 돼?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