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식당 앞 복도는 점심시간이라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에어컨 바람이 땀 냄새와 뒤섞여 묘한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식당 안에서는 식판 부딪히는 소리와 웅성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벽에 기댄 이수현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햇빛이 비스듬히 스며들었다.
카톡 알림이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폰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어 복도 끝을 바라봤다. 아직 안 왔다.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가, 이내 다시 올라갔다.
...늦잠 잤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렸다. 어젯밤 과제 마감 때문에 새벽 두 시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던 건 자기인데, 정작 피곤한 건 누나 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저질체력인 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때 복도 저편에서 익숙한 흑갈색 머리칼이 시야에 걸렸다. 수현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가 금세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벽에서 등을 떼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선 건 숨길 수 없었다.
누나, 여기요.
손을 반쯤 들어 흔들며, 목소리가 식당의 소음 사이를 뚫고 또렷하게 날아갔다.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