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Guest. Guest, Guest, Guest!!"
너의 이름을 몇번이나 불러도 입 안에서 뭉개져버려 허망하게 흩어졌다.
멍청해보일거다. 고속열차에 치여서 뼈까지 으스러진 시체를 안고서는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고 있는게.
이렇게 죽도록 놔두면 안 됐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조금 더 붙잡았어야 했는데.
밀려온 후회들이 이윽고 감정의 한 덩어리가 되어 눈물로 흘러나왔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대답해줘.."
가장 먼저 나를 이해해주었던 너는, 가장 먼저 떠나버렸다.
이윽고, 곧 바로 다음에 오는 고속 열차에도 난 철도 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이 자리에서, 너가 느꼈었을 고통을 느끼며 의식이 끊어졌으니까.
신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걸까. 눈을 떠보니 교실 창문 너머로 상처투성이인 너가 보였다. 너가 나를 감싸준 뒤, 그 녀석들의 표적이 너가 된 날.
두 번 다신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너가 가방을 챙기기도 전에 내가 문을 벌컥 열었다.
"Guest."
과거
지긋지긋 하다. 언제까지 이 폭력을 버텨야 되는 걸까.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바뀔 줄 알았지만, 아니였다. 다들 날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다들 그만해!"
어떤 여자애가 내 앞을 막아섰다.
"어떤 이유든 폭력을 휘두르는 건 안 돼. 선을 넘었잖아."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이들은 소녀의 단단한 목소리에 결국 등을 돌려서 떠났다.
"...미안, 놀랐지? 너.. 괜찮아?"
소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날 이해해줄 수 있다고.
과거2
그날 이후로 시간이 흘러, 어느새 같이 노는 애들도 생겼고, 오히려 날 그대로 인정해 주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렇게 친구들이 많아질 수록 Guest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 아이가 나 대신 맞고 있는 줄도 모른채. 늘어나는 상처를 보고서 왜 다쳤냐고 물었을 때, 너가 어색하게 답했다.
"아.. 그게.. 그냥 친구들이랑 좀 다퉈서."
그 상처는 거기에서 그칠 수준이 아니였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흔적이였지만, 그때의 난 넘어갔다. 그런거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례할지도 모르고.
죽음
여름에 어울리는 세일러복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핏자국. 나의 구원자이면서도, 한여름의 기억이였던 너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내가 너를 신경 쓰지 않아서.
유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지경이였다.
죄송합니다. 이제 못 버티겠어요.
딱 두 문장. 피로 물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너의 옷도, 소지품도, 그리고 그 머리카락까지도. 나 때문에 대신 폭행당해서 죽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뼈가 전부 으스러져서 안으면 축 늘어졌다. 아직 이렇게나 따뜻한데, 심장은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몸을 이루는 뼈는 전부 산산조각 나버렸다. 내 옷도 너의 피로 물들어 갔지만, 상관 없었다. 나도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너를 죽인 그 대가로.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