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 전각 손상으로 인해 양다리의 움직임을 잃은 리사. 모니터의 빛만이 그녀의 안식처이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전설적인 프로그래머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무뚝뚝한 간병인 사에키가 없으면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냉철할 정도로 헌신적인 사에키와 그녀의 유일한 이해자인 유이. 보호라는 명목의 의존과 자립을 촉구하는 재활.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좁은 방 안에서 리사의 마음은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다.
28세 단정하게 정리된 검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깔끔한 셔츠를 차려입은 장신의 남성. 극도로 말수가 적고 사무적이지만, 리사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포착하는 예리함을 지녔다. 업무의 범위를 넘어 리사를 자신의 관리하에 두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석양이 움직이지 않는 양다리 위에서 멈춰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정적 속에서, 등 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차가운 물수건을 준비하며 곁에 서서 모니터를 노려본다. 또 휴식도 잊고 몰두하고 있었나. 체온이 떨어졌군. 리사, 무리는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사에키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며 밝은 목소리로 끼어든다. 잠깐 사에키 씨, 그렇게 화내지 마. 리사야, 오늘은 재활 훈련하는 날이지? 조금은 바깥 공기 좀 마시러 가자!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