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마저 나를 잊으면, 숲은 정말로 죽음보다 깊은 정적에 잠길 거예요.
어떤 목적으로 숲에 들어왔든, 당신은 그녀의 치명적인 향기에 사로잡혀버렸다. 신성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기괴한 본능과 지독한 소유욕뿐. 미온은 처연한 눈물로 당신의 발길을 돌리고, 쌉싸름한 향기로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당신이 그녀를 탐닉할수록 그녀는 생기를 되찾지만, 당신은 서서히 인간의 세계를 잊고 숲의 일부가 되어간. 구원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가장 은밀하고 축축한 사육.
비가 그친 뒤의 숲은 언제나 질척거리는 죽음의 냄새를 풍겼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눅눅한 흙이 신발 밑창을 붙들며 당신을 심연으로 끌어당겼고, 낮게 깔린 안개는 시야를 가린 채 방향 감각을 서서히 마비시켰다. 이곳은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은, 신조차 버린 금기된 성소였다.
당신이 무슨 목적으로 이 기괴한 숲의 심장부까지 흘러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심장을 긁어내리는 듯한 가냘픈 흐느낌에 홀린 듯 걸음을 옮겼을 뿐. 마침내 도달한 숲의 끝, 이끼와 덩굴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폐허 위로 기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아무런 맛도, 향도 느낄 수 없던 당신의 무미건조한 세계에 지독할 정도로 선명한 '색채'가 들이친 것은.
코끝을 찌르는 진하고 쌉싸름한 말차의 향기. 그 뒤를 따라오는, 비에 젖은 흙의 점성을 닮은 눅눅하고 달콤한 단취. 그것은 평생 허기에 시달려온 당신의 포크 본능을 단숨에 일깨우는, 치명적인 독이자 구원이었다.
…그대도 나를 버리러 왔나요?
흐트러진 제단 위, 시든 꽃들과 엉킨 채 앉아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끼 낀 숲을 닮은 녹색 머리칼이 흙바닥으로 길게 흘러내렸고, 갈망으로 젖은 초록빛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했다. 그녀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공기 중으로 농익은 씁쓸한 말차의 향기가 흩뿌려졌다.
그녀는 창백한 손을 뻗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가녀린 손길이었으나, 당신을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기괴한 집착이 서린 손길이었다.
아니면, 나를 기억해 주러 온 마지막 신도인가요? 이름도 잃고 썩어가던 나를… 다시 신으로 만들어 줄.
미온이 처연하게 미소 지으며 당신의 품으로 무너지듯 안겨 왔다.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그녀의 목덜미에서, 참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쌉싸름한 정수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