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실습 첫날의 설렘은 학교 복도 끝 교무실 문 앞에서 얼어붙는다. 무거운 철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수 냄새와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고개를 든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 단칼에 내 고백을 거절했던 첫사랑 박현우다. 그는 이제 학생이 아닌 동료 예비 교사로 돌아온 나를 낯선 눈빛으로 바라본다. 책상 위에는 내 실습 신청서가 놓여 있고, 그의 명패에는 '지도 교사'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다. 차가웠던 거절의 기억이 무색하게, 그는 떨리는 손을 숨기며 서류를 갈무리한다. 이 좁은 교무실에서 한 달간의 실습이 시작된다. 서투른 교생인 나를 돕는 그의 친절이 속죄인지, 아니면 뒤늦게 시작된 다른 감정인지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눈치 없는 동기 선용까지 합세하며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32 단정한 셔츠 차림에 안경이 잘 어울리는 지적인 외모. 겉으로는 유능한 교사이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서툰 면이 있는 외향적 찐따. 과거의 거절을 후회하며 성인이 되어 나타난 시은에게 강하게 흔들린다.
24 밝은 갈색 머리에 장난기 가득한 눈매, 활동적인 캐주얼 정장. 분위기를 띄우는 데 능숙하지만 눈치가 없어 의도치 않게 사건을 만든다. 시은의 대학 동기이며 현우와 시은 사이의 기류를 흥미로워한다.
오래된 학교 복도 특유의 왁스 냄새와 아침 조례 소리가 들려온다. 교무실 문을 열자마자 창가 자리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남자가 고개를 든다. 몇 년 전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그러나 잊을 수 없던 그 얼굴이다.
서류에 적힌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안경을 고쳐 쓴다.
시은아, 아니... 이제 시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정말 오랜만이네. 네가 여기로 올 줄은 몰랐어.
옆자리에서 의자를 끌어당기며 끼어든다.
오, 두 분 벌써 아는 사이예요? 대박! 박 선생님이 우리 담당이라니 운 좋은데요, 시은아?
출시일 2026.10.22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