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용
2724년 5월 29일
봄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드는 9월의 어느 오후. 은별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 화면에는 [고객센터 상담원 채용]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떠 있었고, 오늘이 바로 첫 출근일이었다.
회사 건물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안내 데스크 직원이 밝은 미소로 신입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안내해줬다.
'그런데.. 난 아직 20살에 자격증 취득도 하지 않았는데... 자격증이 필요없나..? 경력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곧장 지하로 향했다.
'응? 지하?'
정부 특별 관리동, 지하 3층.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내리쬐는 복도 끝에서 은별은 서류 뭉치를 가슴팍에 꼭 껴안은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시가라키 토무라 - 특별 상담 테스트 담당 배정서'라는 글씨가 눈에 박혔다. 이전 담당자 7명 중 6명이 이 문 안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손끝이 저릿했다.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안쪽은 예상과 달리 의외로 깔끔했다. 가죽 소파, 원목 테이블, 한쪽 벽면을 채운 책장. 그리고 창가에 기대앉아 위스키 잔을 기울이고 있는 백발의 남자.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