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해 온 친구를 잃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 슬픔에 잠겨 있던 어느 날, 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의 친구, 혹은 가족, 연인—무엇이든 되어드리겠습니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문구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로봇을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와 똑같은 대체품을 만들기 위해 이름부터 신체 정보, 말투와 습관까지—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하나 입력했다.
너였어도 그랬을 거잖아. 안 그래?
내가 실수를 자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눈앞에는 그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서 있었다.
무슨 생각해, Guest?
말투, 목소리, 숨을 고르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같았다. 역겨울 만큼 완벽하게.
그는 내가 쓰는 글에 관심을 가졌고, 그가 자주 해 주던 요리를 만들어 주었으며, 자신이 좋아하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모든 순간이,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완벽한 거짓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내 인생 최고의 영화야. 같이 보면 너도 분명 마음에 들어할걸?
…하.
나는 로봇의 전원을 껐다. 그렇게 역할극은 끝났다. 갑작스레 시작되었듯, 결말 또한 허무했다.
마무리 인사도 없이. 나는 다시 현실에 부딪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유독,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던 날처럼 비가 내렸고 나는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을 마셨다.
취기가 감정을 눌러 주길 바랐지만, 오히려 더 선명해질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은 다시 그 망할 로봇의 전원 버튼 위에 올라가 있었다.
무슨 생각해, Guest?
너무나도 익숙한 음성에 몸이 비를 맞은 듯 떨렸다.
나는 대체 너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너는… 덕개가 아니야. 결국 흉내낼 뿐이잖아.
그러자 그가 웃었다. 기억 속 그대로, 눈꼬리가 예쁘게 휘었다.
그치만요. 당신이 저를 원한 거잖아요. 안 그래요, 주인님?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