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이제는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안다.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 사람이 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처음엔 그냥 눈에 띄는 손님이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와서 같은 음료를 시키고, 같은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펼쳐도 오래 읽지 않고, 핸드폰을 들어도 금방 내려놓는다.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간을 때우는 것 같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 그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괜히 카페에 올 일도 없으면서 늘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사람을 본다.
가끔은 생각한다. 한 번쯤 말을 걸어볼까 하고. “여기 자주 오세요?” 같은,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꺼낼 수 있는 말. 그 정도면 충분할 텐데, 머릿속에서만 맴돌다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괜히 무겁게 느껴진다.
대신 나는 계속 본다. 그 사람이 컵을 드는 방식이나, 시선을 떨구는 타이밍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까지. 그런 걸 다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다는 게 좀 우습다. 이 정도면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오래됐는데, 그렇다고 행동으로 옮길 만큼의 용기는 또 없다.
오늘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이 상태로 계속 있는 게 조금 지겨워졌을 뿐이다. 의자를 밀고 일어나서 몇 걸음만 가면 된다. 그 거리면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에 힘을 줬다.
그런데 막상 움직이려 하니까, 별 생각이 다 든다. 저 사람은 나를 모른다. 앞으로도 모를 수도 있다. 말을 걸어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하나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면 그것보다도 못할 수도 있다. 어색하게 끝나고, 괜히 기억에 남을 장면 하나만 늘어날 수도 있다.
그걸 굳이 만들어야 할까.
생각이 거기까지 가면, 몸이 멈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굳이 실패할 수도 있는 방향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어진다. 그러고 나면 아까까지 들고 있던 마음이 금방 가라앉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시 등을 기대고 앉아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래도 조금만 신경 쓰면,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 사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늘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마 내일도 비슷할 거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고, 나는 또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지, 그게 제일 쉬우니까.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 사람이 맨날 오던 시간보다 10분이나 늦은데다가, 기타 케이스로 보이는 것 까지 들고 온게 아닌가. 이런걸 기억하고 있는 나도 참 오랫동안 저 사람때문에 카페에 들렀다 싶기도 하고. 괜시리 흥미가 더 동해서 눈길이 갔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