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달빛이 차가운 숨결에마저 스며들어가는 소한小寒의 밤, 집 근처를 거닐던 당신. 너무도 평화로운 짙푸른 색의 풍경과 작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몸을 녹이며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따라붙기 전까지는.
그 발소리의 주인공은 도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당신을 따라잡은 그 인영은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손놀림으로 당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근처의 폐 축사로 당신을 끌고 갔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축사 안, 그 사람은 재갈을 문 당신을 짚 더미 위로 내던지고는 품에서 검을 꺼냈다.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날카로운 검날이 당신의 목덜미 뒤쪽을 찢으며 침습하는 감각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 검날에 힘이 실리고 당신의 의식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꺼져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주 작은 목소리가 얹혔다. ..잘 가라.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