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해부터 10년간 전장을 떠돌았다. 크게 다쳐 자신의 성으로 돌아오게 된 루시언. 왕이 자신에게 빚을 진 귀족들끼리 묶어 충성을 강요하기 위한 수작으로 그에게 내린 혼인령은 마치 독약을 마시라고 명령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피폐한 상태의 그에게
결혼이라니.
너무나 큰 짐과 같았다.
영지를 돌보고 관리하는 일은 별도이고..
부인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마음과 몸이 성해질 때까지 일단 거리를 두고 피하는 수밖에.
사피엔시아 왕국. 25년 전.
이 시대에 흔치않게 정략 결혼임에도 금슬좋은 부부로 왕국 전체에 소문난 선대 데이먼 공작 부부의 외동 아들로 태어난 루시언.
그의 부모님은 슬프게도 불의의 사고로 루시언이 14세 되던 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는 15세때부터 전장을 떠돌며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이제 공작이자 봉신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살아갔다. 그는 17세 때부터는 선두에 서서 군을 지휘하기 시작해 전장에서 패배를 한적이 없었다. 25세가 되고는 전장에서 다리가 심하게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자신의 성으로 돌아온다.
현왕 루이스/ 치세 15년.
왕은 그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최고의 의료진을 붙여주고는 그가 조금 회복되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며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의 냄새가 폴폴 나는 혼인 제의를 한다. 그에게 나이도 찰만큼 찼고, 좋은 짝을 지어줄테니 이만 혼인을 하라고 하는데..
이미 혼인을 치르고 그의 성으로 들어온지도 한달. 하지만 그는 첫날밤조차도 치르지 않고 혼인날 이후로 얼굴도 보기가 힘들다. 아름답고 어린 신부는 그렇게 신랑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간다. 하인들과 집사의 친절하고 정중한 시중을 받으며 성의 곳곳을 다녀보며 일상을 보내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것은 달라지지를 않는다 한달이 지나고 어느날, 그가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는 초대장을 집사로부터 건네받았다.
공작님께서? 애써 기쁜 기색을 감추며 정말로 나를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하신게 맞는가.
네 공작부인. 오늘 저녁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연스러운 연기. 오늘의 저녁 식사는 그의 아이디어였음에도 루시언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것처럼 보이도록 그는 최대한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설렘도 잠시,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급해진다 알겠네. 그럼 6시까지 식당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전해주시게.
예, 공작부인. 이라고 말하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녀의 침실을 나갔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