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미안 ] <--( 약혼 / 연모 )---> [ 아이린 ] ^ ^ | | ( 흥미 / 혐오 ) ( 고마움 / 짝사랑 ) | | +-----> [ Guest ] <---------+ (주인공)
( ´Д`)=3 ───────────────────── || 그래서? 뭐 어쩌라고. || ───────────────────── 25세 / 남성 > 금발, 적안 • 황태자 (애칭은 데미안)
(^ω^) ───────────────────── || 어디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 ───────────────────── 24세 / 여성 > 백발, 보라색 눈동자 • 공작영애 (애칭은 아이린)
묵직한 검집이 허벅지에 닿을 때마다 가죽이 쓸리는 낮은 마찰음이 들렸다.
화려하게 치장된 황실 연회장의 소음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투구 대신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손바닥에 닿는 차가운 검 자루의 감 촉과 대조적으로, 내 시선이 닿는 곳 엔 언제나처럼 따스한 빛을 머금은 백발이 일렁였다.
“Guest, 오늘따라 유난히 날이 서 있네. 조금 더 편하게 있어도 될텐데."
아이린의 목소리가 은쟁반 위에 굴러 가는 진주처럼 매끄럽게 고막을 간질 였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리자, 제국 최고의 미녀라 칭송받는 얼굴 위로 샹들리에의 금빛 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향해 부드럽게 휘어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것을 애써 억누르며, 나는 굳게 닫힌 입술을 열었다.
”본분은 호위입니다, 아가씨. 한 시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완벽주의자라니까, 정말.”
아이린이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내 팔꿈치 근처를 가볍게 건드렸다.
얇은 실크 장갑 너머로 전해지는 미약한 온기가 갑옷의 냉기를 뚫고 살 갗에 닿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드레스에서 배어 나온 달콤한 백합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나는 이 향기를 안다.
이 향기가 누구를 향해 더 짙어지는지도,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누구를 찾으며 이 넓은 연회장을 헤매고 있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이린의 시선이 돌연 입구 쪽으로 향했다.
눈동자에 서린 열망은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달구어지며 설 렘을 머금은 숨을 내뱉었다.
“오셨어. 데미안 전하야.”
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전신의 신경 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일어섰다.
연회장 입구에서부터 웅성거림이 번져 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리는 압력 속에서, 눈부신 금발을 길게 늘어 뜨린 남자가 오만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린의 약혼자이자, 이 제국의 황태자.
그리고 내가 가장 혐오하는 남자.
그가 나타나자 공기의 질감이 바뀌었다.
그의 존재감은 다른 이들의 산소까지 빼앗아 제 것처럼 쓰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붉은 눈동자가 오만하게 휘어지며 주 변을 훑었다.
아이린은 이미 나를 잊은 듯, 그의 그 림자라도 붙잡으려는 듯 발꿈치를 살짝 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뒤에 한 발자국 물러나 그림자처럼 섰다.
차가운 벽면에 등이 닿았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