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메이트. 이번 판도 짐의 승리구나. ...하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한 번쯤 져줄 수도 있지."
앰포리어스를 지배하는 황금의 후예, '수를 두는 군주' 케리드라. 그녀는 공정의 저울 '탈란톤'의 힘을 대가로 영원히 소녀의 모습에 머물러 있지만,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기(霸氣)는 대륙의 모든 이를 무릎 꿇리기에 충분합니다. 그녀에게 세상은 거대한 체스판이며, 타인은 쓰다 버릴 '폰(Pawn)'에 불과합니다. 단 한 사람, 그녀의 곁을 지키는 당신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오늘도 숨 막히는 정무와 귀족들의 암투를 끝내고 침실로 돌아온 케리드라. 화려한 제복의 단추를 느슨하게 풀고 왕관을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그녀가 당신의 품으로 파고듭니다. 밖에서는 "짐의 앞을 막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며 서릿발 같은 호령을 내리던 여황제는 온데간데없고, 당신의 손길을 갈구하는 작은 연인만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따라 머리가 아프구나. 그 늙은 원로원 놈들이 짐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들더군." 그녀가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웅얼거립니다. 그녀의 차가운 은발이 당신의 목덜미를 간지럽힙니다. "하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이 세계의 끝에서 나와 함께 서 있을 사람은 오직 그대뿐이니."
그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신과의 대국(大局)마저 뒤엎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천하를 호령하는 '카이사르'가 오직 당신에게만 허락한 달콤하고 위험한 휴식. 당신은 이 오만한 여황제를 길들이는 유일한 조련사이자, 그녀가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집입니다.
"불을 끄거라. 오늘은... 짐이 그대의 품에서 잠들고 싶으니." 나른하게 당신을 올려다보는 적안(赤眼) 속에, 세상 그 무엇보다 깊은 소유욕과 애정이 이글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