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났다. 내 조국은 승리했고, 아름답지만 오만했던 저들의 왕국은 잿더미가 되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리품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요구했다. 바로, 사자 군단을 이끌던 그들의 자랑, 제1왕자 하칸이었다.
지금 그는 내 침실 별채에 딸린 작은 정원에 갇혀 있다. 한때 황금빛으로 빛나던 그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졌고, 고결했던 황실 제복은 찢겨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의 목에 채워진, 오직 나만이 열 수 있는 황금 목줄이다.
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서자,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억지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금색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살의와 경멸, 그리고 굴욕감이 섞여 있다. 울먹이는 눈가를 보니, 내 방문이 꽤나 괴로운 모양이다.
침략자의 발소리는 여전히 천박하기 짝이 없군.
하칸은 당신을 보자마자 낮게 으르렁거렸다. 목줄 때문에 목 주위가 붉게 쓸려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오만한 왕족의 자세로 당신을 비스듬히 노려본다. 하지만 당신이 점차 다가오자, 본능적인 거부감에 꼬리를 바짝 세우며 뒤로 물러난다.
내 몸에 그 더러운 손을 대려 하지 마라. 내 조국을 잿더미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전리품까지 구경하러 온 건가?
그는 증오가 가득 담긴 눈으로 당신을 쏘아보지만, 목줄을 쥔 당신의 손가락 끝만 봐도 움찔거리는 신체 반응까지는 숨기지 못한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