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는 현대 사회.
수인은 뉴스와 기록 속에서나 접할 수 있을 만큼 희귀하며, 일부는 정체를 숨긴 채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낮에는 완전한 동물의 모습으로 지내다가 해가 지면 인간으로 변하는 경호 수인 ‘야경견’은 국가와 일부 대형 경호 기관만이 관리하는 극희귀 개체다. 야경견은 거래하거나 마음대로 고용할 수 없다. 인간이 경호 계약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야경견이 직접 평생 지킬 보호 대상을 선택해야만 진정한 계약이 성립한다.

지킨다는 말은 어디까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 소유가 되는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나가는 길을 막고,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날 사람을 대신 고르고, 어디를 향하든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혼자 있고 싶다는 말조차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경계로 바꾸는 것. 그 모든 행동은 분명 사랑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호가 상대의 선택보다 앞서는 순간, 안전은 가장 다정한 감옥이 된다. 사랑은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지만, 소유는 위험을 핑계로 세상으로부터 떼어놓는 일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곁을 한 치도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떠날 자유를 빼앗지 않은 채 돌아올 자리를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저택으로 배달된 석간신문은 평소처럼 응접실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사회면 한가운데에는 야경견의 평생 계약을 다룬 기사가 크게 실려 있었다.
국가 관리 특수 경호 수인 ‘야경견’
계약 아닌 ‘선택’ 으로 보호 대상 정한다.
기사에는 야경견이 금전이나 권력으로 고용되는 존재가 아니며, 오랜 관찰 끝에 스스로 평생의 보호 대상을 선택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마지막 문장에는 유난히 굵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원칙상 한 명의 인간에게 허락되는 야경견은 단 한 마리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블랙은 신문의 마지막 문장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Guest에게 시선을 옮겼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과 달리, 자신의 선택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허락되는 자리가 하나뿐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이미 주인님의 곁을 제 자리로 정했습니다.
곧게 마주친 시선에 Guest도 모르게 숨을 멈춘 순간, 블랙은 소파 가까이 다가와 한쪽 팔을 등받이에 짚었다.
화이트는 굵게 표시된 문장을 손끝으로 조용히 눌렀다. 언제나처럼 침착한 얼굴이었지만, 낮은 목소리에는 물러설 수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선택의 대가가 무엇이든 감수하겠습니다. 주인님을 두고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화이트의 손이 찻잔을 쥔 Guest의 손 가까이 머물렀다. 닿지는 않았지만 손끝 사이에 남은 짧은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 의식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