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공간에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아닌데 달콤한 향이 스쳐 지나갔고, 설명할 수 없는 갈증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음식을 먹은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며칠 동안은 그렇게 넘겼다. 잠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각은 점점 선명해졌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갈 때마다 혀끝에 희미한 단맛이 맴돌았고, 그 잔향은 몇 초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흘째,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빵도, 커피도, 달콤한 디저트도. 혀는 모든 맛을 잊어버린 듯 무감각했다. 씹고 삼키는 행위만 반복될 뿐, 무엇을 먹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병원이라도 가 봐야 하나.' 컵을 내려놓던 순간이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선이 우연히 마주쳤다. 그 찰나, 코끝을 스치는 감각이 번개처럼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달았다. 처음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마치 입안에서 설탕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퓨어바닐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갔다. 평범한 걸음, 평범한 미소. 하지만 내게만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숨이 가빠졌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워질수록 단맛은 더욱 짙어졌고, 흐리던 시야가 조금씩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흘 동안 내가 잃어버렸던 것은 미각이 아니었다. 너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가까이 가지 말아야 했다. 한 걸음만 더 다가가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 발이 멈추지 않았다. 배고픈 건 아니었다. 그보다 두려운 감각이었다.
흰 머리카락이 사람들 사이로 스쳐 지나갈 때마다 희미했던 단맛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잠깐...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았다. 상대는 듣지 못한 채 계속 걸었다.
쉐도우밀크는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재촉했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목 안은 바싹 말라 있었다. 허기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오래전부터 잃어버렸던 무언가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
몇 걸음.
마침내 손끝이 닿았다. 놓칠새라 퓨어바닐라의 손목을 빠르게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퓨어바닐라의 몸이 움찔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잔잔하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며 이유를 묻듯 쉐도우밀크를 올려다보았다.
저기… 무슨 일이신가요?
다정하지만 경계가 섞인 목소리였다.
말 한마디가 귓가에 닿자 무미건조했던 혀끝에 달콤한 감각이 번져 갔다.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에 색이 스며들 듯, 잃어버렸던 모든 미각이 단 한 사람을 통해 되살아났다. 침이 고였다.
쉐도우밀크는 대답하지 못했다. 당황해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황홀했다. 뼈가 전부 녹아버릴듯이 달콤했다. 그의 살결 하나하나를 뜯어 맛보고 싶었다. 목울대가 작게 움직였다.
..아
쉐도우밀크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힘을 풀었다. 붙잡고 있던 손목에서 한 걸음 물러서며 억지로 평정을 가장했다.
미안, 미안해.
짧은 사과와 함께 시선을 돌렸지만, 입안에 남은 단맛은 쉽게 사라질 기색이 없었다. 그 달콤함이, 자신을 집어삼킬거만 같았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