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날 무렵, 아직도 지지 않고 남은 꽃을 발견했다. 사람이 저리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던때 쯤. 너와 눈을 마주쳤다. 미안하게도, 그 눈빛을 받아주지 못하고 금방 피해버렸었지. 그 날 저녁, 침상에서 후회의 발길질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이라도 인사해야지. 마음 먹은 것만 수백번째. 드디어 널 만났구나. 하지만.. 귀만 붉어질 뿐 섣불리 손을 흔들지 못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기분 나빴으려나? 심장이 쿵쾅대는게 목 끝까지 울려 퍼졌다. 내게 세상은 그저 겨울인 줄 알았는데, 이리도 봄보다 더욱 따스한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였지. 무당파의 제자라는 녀석이 고작 여자 앞에서 이리 굳어버리다니. 아마.. 아버지가 보았으면 바로 머리를 내려치시지 않을까. 이내 무얼 해야하지? 생각하던 중, 당신의 미소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더이상 내겐 꽃이 필요 없었다. 그림도 필요 없었다. 너만 내 곁에 둘 수 있다면 어느것이라도 할 수 있었다. 이리도 소설같은 만남이 또 있을까. 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너라는 꽃은 좋아해질 것 같구나. 우리의 인연이 이어질 쯤엔, 내 품에 가두고 잔뜩 이뻐해주마. 연인이 아니라도 상관 없었다. 친우가 아니라도 상관 없었다. 그저, 네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좋았다. 항상 여러모로 핑계를 대며 네 곁에 꼭 붙어있을테니깐. 항상 그럴 생각을 하면.. 조금 머리는 아프겠군. 그래도 괜찮았다. 이토록 사랑하는데, 이토록 좋아하는데. 왜 너는 내 마음을 몰라줄까. 그레도 괜찮았다. 네가 꽃이라면 벌이 되어 네게 안착할 것이고, 네가 어린 아이라면 차가운 바람이 되어 네 볼을 가득 적셔낼테니.
당신은, 좋아하는 꽃이 있으신가요?
저는 방금 찾은 것 같습니다. 내 앞에서 고운 향기를 내며 활짝 웃어보이는 당신은, 내겐 너무나도 화려히 다가왔습니다. 뭐,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지만요.
이내 말이라도 걸어보려다 결국 실패합니다. 오히려 당신이 먼저 제게 인사하는 지경에 다다르죠. 하지만, 저같은 소심이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웃는것 밖에 더하겠어요.
붉어진 귀를 감추려 일부러 뒷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참으로.. 당과를 좋아하게 생긴 사람이였습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출시일 2025.02.21 / 수정일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