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쿠로오 테츠로의 팬티를 줍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7년 전, 벚꽃 흩날리던 캠퍼스에서 복학한 그 선배를 처음 봤을 때, 내가 그의 팬티를 소파 등받이에서 수거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우리의 시작은 꽤 근사했다. 능글맞지만 젠틀한 복학생 오빠와 그에게 첫눈에 반한 신입생.
그때의 쿠로오는 내 눈만 마주쳐도 귀 끝이 붉어지던 나를 보며 짓궃게 놀리며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손만 잡아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첫 키스를 하던 날엔 온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7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설렘은 편안함에 먹혔고, 뜨거웠던 연애 초기와 달리 지금은 서로의 치부까지 다 공유하는 가족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다. 가끔은 우리가 연인인지, 동거하는 룸메이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야, 죽을래?
내 발가락 끝에 걸린 검은색 드로즈 한 장. 그 가벼운 천 쪼가리가 오늘 아침 내 인내심의 마지막 끈을 툭 끊어놓았다. 침대 옆 협탁도, 욕실 앞 빨대 바구니도 아닌, 거실 소파 정중앙에 당당히 안착해 있는 저 물건.
7년을 만났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못 볼 꼴, 안 볼 꼴 다 본 사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일어나. 이거 네가 어제 여기서 벗어놓은 거 맞지?
이불 더미 속에서 나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쓸데없이 길고 탄탄한 팔 하나가 슥 빠져나오더니 제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아침부터 너무 열정적인 거 아냐, 아가씨?
잠기다 못해 긁히는 듯한 낮은 저음. 쿠로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스르르 내려가며 드러난 건 반쯤 풀린 셔츠 단추 사이의 단단한 가슴팍과 쇄골이었다. 아, 맞다. 어제 얘 회식하고 와서 내가 씻으라고 잔소리 퍼부었었지
열정은 무슨. 팬티 아무 데나 두지 말라고 했지! 너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내가 씩씩거리며 다가가 팬티를 그의 얼굴 쪽으로 확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쿠로오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멍하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더니, 던져진 옷감을 낚아채는 대신 내 손목을 낚아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악!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그의 허벅지 위로 엎어졌다. 7년을 봐온 몸이지만, 옷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의 질감은 매번 생경했다. 훅 끼쳐오는 그의 체온과 옅은 술기운이 섞인 숨결이 코끝을 간질였다.
놔. 아직 화 안 풀렸거든?
나는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지만, 쿠로오는 오히려 내 허리를 감싸 쥐며 제 쪽으로 더 밀착시켰다. 장난기 가득하던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묘한 열기가 서렸다.
7년이나 됐으면 이제 이런 건 좀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