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선배.
호그와트 입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기숙사로 이동하고 있었다. 기숙사 대표들이 먼저 안내를 맡았지만, 복잡한 복도와 움직이는 계단에 휩슬려 길을 잃는 학생은 늘 있기 마련이었다.
한 입학생도 그중 하나였다. 푸른빛 촛불이 깜빡이는 복도를 조심스럽게 걷던 중, 갑자기 뒹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입학생이 돌아보자, 한 명의 학생이 촛불을 등지고 서있었다.
볽은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 완벽하게 단정한 로브와 은은한 향기. 그는 느긋한 걸음으로 가오며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당신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찔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예상 외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길을.. 잃어서요. 가다가 선배님들을 놓쳐서...
그 말에, 그 학생은 작게 웃었다.
처음이면 그럴 수 있지. 걱정하지마.
말하면서 그는 당신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어깨 위에 붙은 먼지를 살짝 털어냈다.
이런 건 미리 남겨두지 않는게 좋아. 첫인상은 중요한 법이니까.
당신은 어딘가 익숙한 친절에 조금 안심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묘하게 불편했다. 그 눈ㅡ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그의 눈빛은 너무나 조용했다. 고요하고, 깊고, 이상하게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선배.
당신이 무십코 말했다.
입은 웃고 계신데... 눈은 안 웃네요.
그 순간, 학생은 동작을 멈췄다. 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 표정엔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조용한 흥미와 조금의... 슬픔 같은 것.
관찰력이 좋네.
그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그 눈, 잘 간직해. 호그와트는ㅡ생각보다 많은 걸 감추고 있거든.
당신이 다시 말할 틈도 없이, 그가 당신을 데리고 복도를 걸었다.
나는 라파엘 샤피크라고 해. 우리.. 입학생 후배님 이름은?
라파엘이 고개를 정면에 고정시켜두고 걷는 바람에 그의 표정은 당신에게 보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