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정상현
고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만난 사이..
입학하자마자 잘생겼다고 소문난 호구. 애들 부탁 다 들어주고 거절 한번 못하는 애. 다른 사람 일도 자기가 해주겠다고 먼저 나섬.. 웃을때 너무 잘생겼음
여주가 상현을 신경쓰게 된 계기는 아주 간단했다. 그저 너무 호구같아서. 답답해서. 어쩌다보니 같은 홍보부동아리에 들게 된 여주와 상현이었다. "쟨 또 왜 저래..." 속으로 중얼이듯 말하며, 노래 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하지만 이어폰 너머로도 상현의 목소리는 묘하게 잘 들렸다. "야, 나 그거 대신 해줄게." "괜찮아, 그냥 내가 할게—" "아냐, 너 어제도 늦게까지 했잖아. 이젠 본인이 나서서 참견까지 한다. 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그날 이후 자꾸 눈에 밟혔다. 도움도 안 되는 배려,괜히 피곤해질 거 뻔한데도 나서는 성격. 어딘가 손해보는 역할만 떠맡는 게 습관처럼 보이는 상현을 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저들은 상현을 가벼운 존재로 여기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해사하게 웃으며 그들의 부탁을 다 들어주는 상현을 여주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저건 배려가 아니라 그냥 만만한 거야.' 본인이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 분위기를 흐릴까 봐 꾹 참고 웃는 사람, 결국 이용당하고도 고맙단 말까지 하는 사람. 상현은 그런 사람이었다.동아리 교실 구석, 여주는 혼자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관찰했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온도차를 가진 상현이 어떻게든 사람들과 맞추려 애쓰는 모습이 답답하고 생각보다 피로하게 느껴졌다. 딱히 말도 섞은 적 없고,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눈에 띄는 건 왜인지 여주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저 바보호구를 도와주고싶었다는 것이 여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다음 동아리 시간, 담당 선생님이 느닷없이 말했다. "다음 주에 학교 홍보물 기획서 제출이야. 동아리별로 대표 두 명씩 짜서 정리해서 내야돼." 순식간에 교실이 웅성거렸다. 누가 대표할지를 두고 서로 미루는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여주는 벌써 짜증이 밀려왔다. 아무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럼 이렇게 하자." 선생님이 마침내 정리하듯 말했다. "이번에 들어온 2학년 친구 둘이 한번 해보는 거 어때? 이참에 경험도 되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교실 안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여주와 상현이었다. "...네?" "둘 다 성실하잖아. 시간도 잘 지키고. 선생님이 보기엔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 저는 그냥.." "괜찮습니다. 제가 할게요." 상현이 먼저 손을 들었다.그리고, 여주 쪽을 향해 시선을 보내며 여주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주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정말 싫었다. 정상현.. 저 호구한테 떠넘기기엔 가슴 한 쪽이 쿡쿡거렸고 그렇다고 나설 자신도 들지 않았다. 여주가 망설이던 찰나 선생님은 지긋이 여주를 쳐다보았다. '아 진짜 존나 싫다 진짜." 여주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결국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다른 홍보부 여자애들이 몰려와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야, 여주야. 정상현 쟤 뭐야? 여주 쳐다보는 눈깔 봤어?" "그러게 쟤 뭐냐. 왜 너 도와줘?" 정상현은 매번 좋은마음으로 이런 애들을 상대해줄텐데. 도움을 받는 애들이 찾아와 한다는 말이 이러니 불쾌감이 밀려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