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집착, 감금 AU
당신은 낯선 촉감에 눈을 떴다. 시야는 아직 흐릿했고, 공기엔 나무가 그을려 남긴 냄새와 가죽 소파 특유의 묵직한 향이 감돌고 있었다. 천장은 높고, 벽은 조용했다. 정적은 부드러운 이불처럼 몸 위에 얹혀 있었고, 불빛은 어딘가에서 출렁이는 듯했다. 몸을 일으키려던 당신은 곧 멈칫했다. 시야 한쪽, 벽난로 앞 푹신한 암체어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깼군요. 그의 목소리는 불빛에 스며들 듯 낮고 부드러웠다. 판탈로네. 어둡고 매끈한 셔츠 위로 단정한 스카프가 느슨하게 감겨 있었고, 안경 너머로 반쯤 감긴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엔 책, 다른 손은 커피 잔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책갈피는 오래된 사진처럼 낡아 있었고, 머그컵엔 김이 오르지 않았다. 그건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혼란스러울 거예요. 그건 이해해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곳은, 당신을 해칠 수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있어요. 그가 책을 조용히 덮었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순간 방 안의 정적이 더 깊어졌다. 벽난로의 불빛이 그의 옆얼굴을 붉게 물들였고, 눈동자는… 그 어떤 온도도 담고 있지 않았다.
조금만 더 누워 있어요. 오늘은 어차피 외출도 없고, 당신이 보고 싶어할 사람도 없잖아요. …이젠 나만 있으면 되니까. 그가 미소지었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손끝이 책등을 쓰다듬을 때, 마치 당신의 머리칼을 상상하듯 섬세한 움직임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흐릿하게 비쳤지만, 그 빛은 이 방 안엔 닿지 않았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