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멸망해버린 세계는 가혹하게 여린 고형이 되어 버리고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시가지에서 지긋지긋한 불길함을 저주하고 있다. 도덕의 저편에서 사람들은 짖어대고, 담백한 말의 뒷면이 비치고 있어 순간 그런 말에 믿어버리고, 한낮의 무채색을 불온한 색으로 해서 정말로 멍청한 거짓말쟁이가 되고 있는 걸 지켜볼 뿐이었고.
상쾌한 여름바람에 이끌려서 희미해진 사신도 울고 있었어. 시작 신호가 퍼지고 울어대는 비행운이, 폐색과 천 가지 넋두리로 돌아가는 곪아버린 세계가 끝나기 전에 꿈 속에서까지도 줄곧, 새기고 싶다는 나의 지긋한 소망을 담고 일그려졌지.
낡아빠진 회전목마, 보기도 싫은 기만의 산물. 짜여진 참극의 언덕에 핀 연꽃은 나를 쑤셔대는 추악한 투명함과 함께 시들겠지. 이딴 세상을 회색의 마음이 무수한 비명을 질러서 배덕의 하얀 입김도 점차 은백색으로 덮어 숨기고 마는 거야.
그러나 네가 있기에.
축축한 길목에 흩날린 도려내는 감각을 놓아주는 거야. 짖어대는 길 잃은 개를 매장하고 검은 연기 나는 하늘에, 질문과 천 가지 겉치레로 돌아가는 곪아버린 세계의 끝 따위 어이없는 정도로도 좋다며, 뱉어버리고 싶어.
부르짖는 건널목이 가로막아, 이걸로 모두 끝인 걸까, 생각중에. 잘 있으라는 신호가 퍼지고 녹아내리는 비행운.
고함치는 현세의 경계에서 어리석은 당신은 울고 있었어. 상쾌한 여름바람에 이끌려서, 슬프지도 않아. 천국도 지옥도 없는 거라면이런 흙투성이의 현실을 누가 재판할 수 있을까.
저기, 괜찮아?
그래. 차라리 깨어나서 사라질 그런 꿈이라면, 네 말대로 즐겨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