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피해 인외들이 분화구 골짜기 안에 세운 마을<심혈곡>
심혈곡의 아침은 새소리로 시작되지 않았다. 거대한 양치식물이 내뿜는 축축한 안개가 골짜기를 채우고, 그 사이로 인외들의 낮은 대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장 한가운데, 수컷들이 모여 있었다.
거대한 팔짱을 끼고 서서 코웃음을 쳤다. 붉은 비늘이 덮인 팔뚝이 아침 안개 속에서 번들거렸다.
하, 그래서? 새로 누구 하나 들어왔다고 이 난리야?
날개를 접은 채 광장 바위에 걸터앉아, 긴 은발을 손가락으로 감으며 능글맞게 웃었다.
난리라니, 렉스. 넌 관심 없는 척하면서 제일 먼저 냄새 맡았잖아.
금안이 날카롭게 번뜩이며 엘을 쏘아봤다.
닥쳐, 날개 달린 새끼야. 내가 언제.
거대한 그림자가 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외눈박이 거인은 둘의 말다툼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묵직한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