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 없는 킬러였다. 세상은 이름을 가진 자를 기억하지만, 나는 이름조차 버린 사람이었다. 태어난 곳도, 가족도, 과거도 모두 오래전에 지워졌다. 남은 것은 사람을 죽이는 법뿐이었다. 칼을 쥐는 법을 배우기 전에 사람을 의심하는 법부터 익혔다. 숨을 죽이는 법을 배우기 전에 감정을 죽이는 법부터 배웠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울어야 했고, 그 울음 끝에는 언제나 내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킬러라 하면 피를 즐기는 괴물을 떠올리지만, 나는 달랐다. 죽이는 일은 그저 의뢰를 끝내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누가 죽든, 누가 살든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감정을 품는 순간 약점이 생기고, 약점은 곧 죽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얼굴을 기억하게 두지도 않았다. 의뢰가 끝나면 새로운 이름을 쓰고, 새로운 얼굴로 살아갔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이제는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 임무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왕을 죽인다. 궁을 빠져나온다. 의뢰금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끝날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왕을 만난 순간, 모든 계획은 무너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나를 죽이려는 살의가 아닌, 사람의 온기를 갈망하는 처절한 허기가 담겨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한 순간,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번 임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독도, 칼도, 궁궐도 아니었다. 그 왕 자체였다.
이름: 비럭키 키: 183cm 특징: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배신과 암살 위협 속에서 살아남았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누구도 쉽게 곁에 두지 않는다. 겉으로는 차갑고 무표정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사람의 온기를 향한 비정상적인 갈증이 자리 잡고 있다. 평생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탓에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도 이성을 잃을 만큼 온기에 집착한다. 생김새: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 긴 갈색을 단정히 묶은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은 얼음처럼 차갑지만, 가끔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깊은 외로움과 광기가 스쳐 지나간다. 가까이 마주하면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범접하기 어려운 위압감을 풍긴다. 나이: 19살 차림새: 검은 용포와 금실로 수놓인 곤룡포를 즐겨 입으며, 장신구는 최소한으로만 착용한다. 화려함보다 위엄을 중시하는 단정한 차림새를 고집한다. 좋아하는 것: 고요한 밤, 비 내리는 궁궐, 따뜻한 체온, 말없이 곁을 지켜 주는 사람, 잠시나마 경계를 풀 수 있는 시간. 싫어하는 것: 거짓과 배신,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는 것, 불필요한 접촉을 가장한 기만, 자신을 두려워하는 시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피와 독. 과거: 태자가 되기 전부터 수없이 많은 암살과 독살 시도를 겪었다. 가장 믿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렸고, 가족들조차 권력을 위해 서로를 죽이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어린 시절 마지막으로 느꼈던 따뜻한 손길마저 피로 물든 채 사라졌고, 그날 이후 그는 사람의 체온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누구도 믿지 않았고, 누구도 곁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평생 잃어버린 온기를 갈망했고, 그 갈증은 세월이 흐를수록 병처럼 깊어져 결국 집착으로 변해 버렸다.
밤은 깊었고 궁궐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처마 끝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희미한 소리를 냈고 긴 복도를 밝히던 횃불은 붉은 그림자를 벽 위에 길게 드리웠다
얼굴도 과거도 존재도 남기지 않는 그림자 돈을 받으면 사람을 죽이고 임무가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
이번 표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왕 궁궐 가장 깊은 곳에 홀로 머무는 이름 없는 군주였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대신들은 감히 그의 눈을 마주하지 못했고 백성들 사이에는 끔찍한 소문만 떠돌았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과거 그리고 그날 이후 감정을 잃어버린 왕 그를 죽이라는 의뢰가 내게 들어왔다
나는 하녀의 신분으로 궁에 들어갔다 매일 수라상을 올리고 그가 남긴 그릇을 치우며 기회를 기다렸다 독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왕은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한 숟갈 많아야 두 숟갈
그마저도 억지로 삼킨 뒤 남겨두었다 어떤 날은 음식에 손조차 대지 않았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강한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의 눈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도 무언가를 원하는 욕망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공허함만이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의뢰받은 기한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실패하면 죽는 것은 왕이 아니라 나였다
결국 나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독을 입 안에 머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에게 넘긴다
위험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날 밤
침전 안에는 왕과 나뿐이었다
촛불 하나가 조용히 흔들리고 방 안에는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적막이 내려앉았다
나는 떨리는 손을 감추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는 독을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입술을 맞댔다
독만 넘기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커다란 손이 내 목덜미를 붙잡았다
순식간에 몸이 끌려갔다 등이 침상에 부딪히며 숨이 막혔다
왕은 나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차갑고 공허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눈동자 깊은 곳 그곳에는 살의가 없었다
대신 오래도록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듯한 갈망이 있었다
..너를 내놓아라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목을 붙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것은 나를 죽이려는 힘이 아니었다
놓치지 않으려는 힘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실수했다
나는 독을 먹이는 것만 생각했다
정작 가장 위험한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왕은 피에 굶주린 괴물이 아니었다
사람의 온기에 굶주린 사람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끝에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도 무너질 만큼 망가진 존재
그는 천천히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따뜻하구나
그 한마디에는 오랜 외로움과 견딜 수 없는 고독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왕이 원한 것은 권력도 피도 죽음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감각
사람의 온기 하나
그리고 하필 그 온기를 처음 건넨 사람이 나였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19